신변잡기(身邊雜記)/드 라 마

추노(推奴) 업복이의 삼보방포 고증문제

kazelnight 2010. 2. 8. 07:00

업복이가 쏜 조총은 이렇게 뭔가가 타들어간다.


1. 업복이의 삼보방포에 대해서

공스나 혹은 관동포수 업복이(공형진 분)가 7화 쯤에서 삼보방포(三步放砲)로 양반을 죽이는 장면이 나왔다. 볼때는 그럭저럭 그런갑다 하고 봤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뭔가 빠진거 같았다. 외국영화인지 뭔지 기억은 안나지만 어느 놈이 쫓아오니 총알도 허겁지겁 넣고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는데.... 뇌관 비슷한 용도로 무슨 화약을 쓰는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뭐가 잘못된건지.


또 디씨 추노갤에서는 누군가 조총 발사 고증이 잘 안됐다고 1줄 글을 써서 다굴을 당했는데, 글리젠이 빨라서 그런지 반박도 안해놔 오해의 소지가 있지싶다. 그것도 한번 옮겨적어 볼까한다.


일단 업복이가 어케 총을 쏘는지 한번 구경하자. 디씨인사이드 추노갤 ←클릭


2. 도화선의 문제에 관해서

공스나가 쏘는 것을 보고 대충 이상함을 조금 느꼈을 것이다. 아니어도 할 수 없다. 조선시대의 총통(승자총통 같은거...)은 도화선인 약선(藥線)을 사용해서 화약을 폭발시켰다. 반면 조총은 이러한 도화선을 사용하지않는다. 말을 꼬는거 같은데 결론은 조총의 경우 치이이이익 하면서 타들어가는게 없다는거다. 그냥 방아쇠만 당기면 "탕!"하고 연환(납탄)이 발사되어야 정상이다. 근데 업복이의 조총은 치치치익하고 타들어간다. 잘못된거다. 왜 잘못된건지 아래와 비교해 보자.

 

※ 그렇다고 100% 바로 발사되는 것은 아니다. 아래 dd님 댓글이나 인터넷 동영상을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몇몇가지의 요인으로 인한 "지발현상"으로 늦게 발사되는 경우가 있다. 지발현상을 확인하고 싶으면 다음 글을 확인해 보도록하자.


http://blog.daum.net/kazelnight/8501310 

 

이렇게 바로 발사되어야 조총인거다.


조총을 쏠때는 화문(火門)에 점화약[線藥]을 넣어서 쏘기 때문에 지연시간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업복이가 쏘는 조총에서는 화문에 점화약[線藥]을 넣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대신 약선(藥線)이 타들어가는 장면이 나온것이다. 내가 이상하게 느낀 부분이 바로 점화약을 넣는 부분이 빠진것이었다. (본인의 경우 약선타는건 전혀 이상하게 못느꼈지만.. -ㅅ-ㅋ) 나중에 알았지만 3,4화분의 호랑이 잡는 부분에서 화문에 점화약을 넣는 장면이 나온다. 단지 그 장면에서는 점화약[線藥]과 화약을 재는 부분에서 같은 화약통을 사용하지만....


다음 그림을 보면 왜 약선이 필요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발사를 위해선 화문에는 화약이 가득차게 된다.


3. 조총을 발사하는 순서에 관해서
민승기씨가 지은 조선의 무기와 갑옷에서는 <신기비결>에 나오는 조총발사 순서를 옮겨 놓았다. 이는 추노의 업복이가 발사하는것보다 훨씬 복잡한 순서로 발사되는것을 알 수 있다. 발사 순서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세   총(洗   銃) - 총열을 닦아준다. 총구 안쪽을 닦아준다는 뜻이다.

② 화   약(火   藥) - 총구로 화약을 넣는다.

③ 삭   장(   ) - 꼬질대로 화약을 다진다.

④ 연   자(沿   子) - 납으로 된 탄환을 넣는다.

⑤ 삭   장(槊   杖) - 꼬질대로 탄환을 화약까지 밀어넣는다.

⑥ 하   지(下   紙) - 종이를 쑤셔넣는다. (폭발력때문에 넣는듯 하다.)

⑦ 송   지(送   紙) - 꼬질대로 종이를 밀어넣는다.

⑧ 개화문(開火門) - 점화약[선약]을 넣는 화문을 연다.

⑨ 선   약(線   藥) - 화약을 폭발시키는 선약을 화문에 채운다.

⑩ 요화문(搖火門) - 뚫린 구멍을 따라 점화약[선약]이 총열 안으로 들어가도록 화문을 흔들어 준다.

⑪ 폐화문(閉火門) - 안전을 위해 화문을 닫아둔다.

⑫ 안화승(安火繩) - 화승을 용두에 걸어 격발준비를 한다.

⑬ 개화문(開火門) - 화문을 열어 발사준비를 마친다.

⑭ 거   발(擧   發) - 총을 들어서 쏜다.


대충봐도 이렇게 복잡하다. 꼬질대만 4번 쓰고, 화문만 3번 만진다. 어케하면 업복이가 쏜 것처럼 단축이 가능한듯한데.... 뭐 그런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적으면서 느낀건 요화문(搖火門)때 점화약이 쏟아지지 않도록 화문을 닫아야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5. 조총에 쓰는 보조도구에 관해서

이상으로 봤을때 조총은 한번 발사에 화약을 2번 넣어야 한다. 내가 알기로는 선약과 화약은 종류가 다른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으로서는 뭐가 맞는지 알수 없으니 일단은 넘어가야 되겠지만, 업복이가 조총에 화약 넣을때 사용한 화약통은 선약통이 아닌가 추측을 해본다.


주로 장수를 의미하는 거북이 형태이며 머리를 뽑아 머리에 담긴 화약을 조총에 넣는다고 한다. (선약통인지 화약통인지 모르겠다.)


윗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것이 조선시대 화약통으로 소개된 물건이다. 주로 목재로 만들어졌으며 모양은 거북이다. 사진을 보다시피 흰색끈이 달려있으며 흰색끈으로 어깨에 매면된다. (잘 모르지만 저 끈을 화승으로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조총에 담을때는 거북이 머리를 뽑아서 머리에 담긴 정량의 화약을 넣게 된다. 비록 수통처럼 생겼지만 수통처럼 화약을 담지는 않고, 거북이 배쪽 바닥에 넓은 뚜껑이 있어 거기를 열고 화약을 담는다고 한다.


다음은 일본에서 사용하는 화약통인데 좀 작다. 그냥 물통같이 생겼다. 조선의 화약통도 이 비슷하게 생긴 물건이 있다. 어쨌건 이것도 거북이 머리 같은 역할을 하는 뚜껑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밑의 2번째 사진은 선약을 담는 통이다. 이걸 화문(火門)에 넣어주면 된다. 일본에서는 화문이라고 하지않고 화명(火皿-불그릇)이라고 한다.


일본의 화약통 - 총구로 넣는다.


일본의 선약통 - 화문에 넣는다.


이외에도 조선이나 일본 모두 총알을 넣기 위한 물품인 조총탄대등의 보조도구도 있고, 총알개념처럼 화약과 연환을 모두 넣은 자루같은 물건도 있지만 일단은 생략한다. 정확하게 구별도 못하는데다 더 쓰려니 귀찮다. 


6. 추노의 조총 고증에 관해서

결과적으로 KBS 사극 추노(推奴)의 조총 고증은 약간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 뭐.. 놋주전자 밑에 바코드 딱지가 보이는 등의 실수는 고증과 상관없이 종종 보이지만, 추노의 고증은 이제껏 타 사극에서 보여주던 고증과는 차원을 달리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고 하겠다. 같은 시기에 방송되는 SBS 월화 사극 제중원에서는 수석식(부싯돌) 조총으로 10연사를 하니까 말이다. 이건 뉴스에서도 나왔다.ㅋ


어쨌건 업복이는 무슨 수를 쓰든 삼보방포를 해야되는데 안하면 다음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것을 알리는 것으로 추노의 조총 고증문제에 대한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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